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세워진 수도원 몽생미셀

(서울=국제뉴스) 유용준  기자 = 미카엘의 수도원 몽생미셀

몽생미셀 수도원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번스를 타고  5~6시간 거리에 있는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사이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거대한 모래톱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작은 섬에 있다. 

▲파리에서 몽생미셀로 출발하는 버스/ 사진=유용준 기자
▲파리에서 몽생미셀로 출발하는 버스/ 사진=유용준 기자

이곳은 대천사 미카엘에게 봉헌된 고딕 양식의 베네딕트회 수도원으로 '서구의 경이'로 꼽힌다. 수도원의 거대한 벽 아래쪽으로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수도원 건물은 8세기와 11세기 사이에 건축되었으며, 독특한 자연 지형을 극복·적응해 건설된 기술적·예술적 걸작으로 손꼽히며 1979년에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몽생미셀로 가는 길/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로 가는 길/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셸은 708년 대 천사장 미카엘이 오베르 대주교의 꿈속에 나타나 '몽똥브(몽생미셸의 옛 지명)에 기도 대를 세우고 예배당을 지으라' 라고 명령했다고 전해온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주교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를 계속 미루었다.

▲몽생미셀수도원 미카엘 /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수도원 미카엘 / 사진=유용준 기자

이에 화가 난 미카엘은 세 번째 꿈에 나타나 손가락으로 강한 빛을 쏘아 오베르의 머리에 구멍을 냈고, 이에 깨달음을 얻은 오베르 대주교는 몽똥브에 올랐다. 미카엘이 지목한 장소를 찾아내는 데에는 조금도 어려움이 없었는데, 그것은 그가 지목한 곳에만 이슬이 맺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대주교는 숲이 내려다보이는 높이 80m의 큰 바위 위에 서둘러 기도 대를 세우고, 이탈리아의 몽테 가르가노에서 화강암을 가져와서 예배당을 지었다. 몽생미셸은 바로 이곳에 있게 한 '신의 전령' 미카엘의 불어식 발음인 미셸에서 기원했다.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전설 같은 이야기지만 아브랑슈의 박물관에는 구멍 난 오베르 대주교의 해골이 전시되어 있다. 거주 인구 41명, 면적은 0.97㎢에 불과한 이 작은 섬이 어떻게 파리 다음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되었을까?

▲우몽생미셀/ 사진=유용준 기자
▲우몽생미셀/ 사진=유용준 기자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되어 온 한 장의 사진이 전하는 강렬한 인상, 바다 위에 홀로 솟구친 마법의 성처럼 보이는 수도원의 신비한 분위기 때문일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도원은 바위섬 꼭대기에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조수간만의 차가 15m에 이르는 이 섬에 수도원이 들어선 것은 8세기. 전설의 주인공은 아브랑슈의 주교인 성 오베르(St. Aubrey). 어느 날 밤 그의 꿈에 천 사장 미카엘이 나타나 이 섬에 수도원을 지을 것을 명했다.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당연히 성 오베르는 꿈을 무시했다. 분노한 천 사장은 재차 꿈에 나타났고, 이번에는 손가락을 내밀어 신부의 머리를 태웠다. 꿈에서 깨어나 아브랑슈의 주교 성 오베르는 이마의 구멍을 확인한 후에야 공사에 착수했다. 

▲대 천사장 미카엘  사진=유용준 기자
▲대 천사장 미카엘 사진=유용준 기자

년에 3~4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몽생미셸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느리게 걸어서 찾아가보자. 지평선 너머 까마득한 점으로 아득히 떠오른 성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그 실루엣이 점점 커지고 짙어지는 풍경을 목격하는 일은 몽생미셸을 만나는 가장 특별한 방법이다.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 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셸로 가는 30km의 길은 세안과 셀룬 강의 어귀를 따라가는 길이다. 이 길은 프랑스의 장거리 트레인인 GR 22의 일부여서 붉은색과 흰색의 겹줄 표시가 이끄는 길이다. 하늘과 땅과 물과 마침내 바다까지 가없이 펼쳐진 풍경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평화로운 길이다.

▲노르망디 해안 / 사진=유용준 기자
▲노르망디 해안 / 사진=유용준 기자

길의 처음은 오른쪽으로 목초지와 강을 두고 남쪽을 향해 가는, 차가 다니지 않는 포장도로다. 어쩌다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온 동네 사람들과 스칠 뿐 길은 한가롭다. 잎을 털어낸 11월의 나무들이 헐거운 몸으로 도로변에 늘어섰다. 

▲몽생미셀 인근 풍경/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 인근 풍경/ 사진=유용준 기자

가지마다 나무의 양분을 빨아먹고 산다는 겨우살이가 새집처럼 매달려 있다. 맑은 날이면 길의 초입부터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내는 몽생미셸이 안개 사이로 몸을 숨기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안개 너머로 요새처럼 단단한 성벽을 두른 수도원이 섬으로 떠 있으리라는 상상을 즐기며 걷는다.

▲노르망디 해안/ 사진=유용준 기자
▲노르망디 해안/ 사진=유용준 기자

오른쪽으로 따라오는 강을 끼고 세 시간쯤 걸으면 작은 마을 퐁토볼트(Pontaubault). 이곳의 하나뿐인 빵집에서 바게트와 치즈 한 덩어리를 들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강변에서 즐기는 치즈를 얹은 바게트는 수라상보다 뿌듯하다. 

▲몽생미셀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몽생미셀수도원/ 사진=유용준 기자

긴 바게트 하나를 남김없이 해치우고 다시 빵집으로 달려가 바게트 하나 들고 돌아오는 길에 다 먹는다 해도 쑥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통제 불가능한 식욕이라기보다는 너무 맛있는 프랑스의 바게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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