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광저우(廣州)시 위안징루(遠景路)의 '한국 거리'. (사진/신화통신)

어둠이 내리깔리자 중국 광저우(廣州)시 바이윈(白雲)구에 위치한 위안징루(遠景路)의 상점들이 시끌벅적해졌다. 손님들이 가게 안에 들어서니 식탁 위에 고기 굽는 연기가 난다. 길가에 중국어 간판을 못봤다면 마치 한국에 와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쉐화(雪花)'라는 이름의 이 고깃집 인기가 뜨겁다. 가게 사장이자 광저우 슈한(秀韓)요식업회사 책임자인 한국인 권수한은 중국에 산 지 20년 가까이 됐다. 그는 "한국인은 물론 광저우 중국인들도 정통 한식을 먹으려면 위안징루로 와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광저우 생활에 대해 권 사장은 "광저우에서의 무역 사업 기회로 여기 남게 됐다"고 밝혔다.

탄민(譚敏) 광저우시 바이윈구 탕징제(棠景街)커뮤니티건설판공실 주임은 중국 개혁·개방의 전초 기지였던 광둥(廣東)성의 지리적 이점 때문에 1990년대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광저우에 와서 의류·화장품 사업을 펼쳤다고 전했다. 특히 위안징루가 광저우 공항과의 접근성이 좋아 한국인들이 선호했다는 설명이다.

광저우에 정착한 한국인들은 처음에는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에 위안징루에 한식당과 한국 제품을 파는 마트가 생겼다. 그러면서 위안징루는 일찍이 한인 밀집지역에서 이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변모했다.

위안징루의 길이는 1㎞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하지만 도로 양옆에는 한글로 적힌 매장이 빼곡히 들어섰다. 이들 가게의 주인과 요리사, 종업원들은 대부분 한국인이며 중국 조선족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권 사장도 위안징루 한국인들과 비슷했다. 2003년 광저우로 건너가 5년 가까이 무역 관련 일을 한 그는 한식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위안징루에 그의 첫 번째 매장인 한식당을 오픈했다. 현재 권 사장은 광저우와 주변 지역에 치킨집 30여 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의 가게 '쉐화' 고깃집은 위안징루의 인기 맛집이 됐다.

그는 "광저우에 있는 한국 기업 직원들도 우리 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목재부터 돌멩이와 같은 작은 부분까지도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한식당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며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한식 체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권 사장(왼쪽에서 첫째)이 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지난달 9일 권 사장(왼쪽에서 첫째)이 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한 무역회사인 선전(深圳)시 웨이하오스예(偉昊實業)의 왕뎬(王電) 사장도 그의 한국인 친구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이 가게를 찾았다. 왕 사장은 "한국인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거나 혼자 먹고 싶을 때 이곳에 종종 온다"고 밝혔다.

2020년 광저우의 첫 야간경제시범거리구역에 선정된 위안징루는 야간 분위기를 조성해 오래된 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다이중궈(時代中國)그룹을 필두로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도 잇따라 위안징루에 들어서 한식당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관식 광저우한국인상공회 회장은 위안징루에 현재 한국인 약 2천 명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이 물류·무역·의류 등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한 양국의 문화 교류가 깊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한국 거리'를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리 상공회가 광저우 내 여러 곳을 옮겨 다녔지만 결국 위안징루가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돼 다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면서 "여기에서 중국과 한국 간 민간 비즈니스 활동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광저우한인상공회 등 단체는 중·한 수교 3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중국 화난(華南) 지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한국문화특색상업거리인 위안징루도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탄 주임은 "앞으로 위안징루는 디테일한 개발, 생활환경 개선, 주차 공간 확보 등을 통해 관광객에게 더욱 편리한 관광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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