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1980사북’과 연극 ‘말을 버린 사내’ 9월 동시 개막 -

다큐멘터리영화 ‘1980 사북’ 포스터. <사진제공=영화사 느티>
다큐멘터리영화 ‘1980 사북’ 포스터. <사진제공=영화사 느티>

(정선=국제뉴스) 서융은 기자 =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주화 이행기의 ‘3대 사태’ 중 하나였던 1980년 사북항쟁이 내년으로 45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이 사건을 소재로 두 편의 예술 작품이 9월에 동시에 막을 올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는 9월 26일부터 고양시 등 경기도 일원에서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을 주제로 열리는 제16회 DMZ 국제 다큐멘타리영화제의 한국경쟁 부문에 박봉남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1980사북’이 선정되어, 28일과 30일 두 차례 상영될 예정이다.

강원영상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강원특별자치도와 정선군의 지원으로 완성된 ‘1980사북’은 신군부 계엄 하에서 벌어진 사북 동원탄좌 광부 항쟁의 진실과 함께, 사건 이후 아직까지 아물지 않고 있는 상처를 조명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선박 해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철까마귀’로 2009년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박봉남 감독이 사북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장편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작품으로, 5년이 넘는 제작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19일 정선군 고한읍 고한시네마에서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박봉남 감독의 이번 영화는,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기업주와 국가가 4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침묵하는 동안,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과 2세대 자녀들이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영화는 사건 이후 고문과 차별, 소외 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은 광부들과 그 가족들의 고단한 삶을 가감없이 비추는 동시에, 항쟁 과정에서 또 하나의 피해자였던 당시 노조지부장 부인과 그 가족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으며 그들이 무엇을 바로잡으려고 하는지 들려준다.

연극 ‘말을 버린 사내’ 포스터.<사진제공=사북항쟁동지회>
연극 ‘말을 버린 사내’ 포스터.<사진제공=사북항쟁동지회>

또한 광부 항쟁을 촉발한 공권력의 일원이지만 진압에 동원되어 심각한 피해를 당한 경찰관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안고 있는 상처까지도 조명함으로써 사건이 남긴 아픔의 실체에 좀더 입체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박봉남 감독의 이번 장편 영화는, 하나의 ‘진실’을 일방적으로 고집하는 것보다 여러 개의 ‘진실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길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갈등과 분열로 작아지고 있는 세계에서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우정과 연대의 행동을 보여주자는 이번 DMZ영화제의 주제와 맞물려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 기간 동안 메가박스 킨텍스 점에서 두 차례 상영될 예정인‘1980사북’은 오는 9월 12일부터 발권을 시작한다.

한편, 오는 9월 22일에는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사북 광부들의 생존권 투쟁을 그린 연극 ‘말을 버린 사내'가 무대에 오른다. 이 연극 역시 44년 전, 석탄업에 종사했던 광부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극한의 삶의 현장 속에서 투쟁했던 사북항쟁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화성 매향리 주민들의 지난한 삶을 다룬 연극 ‘띨뿌리’로 2023년 제44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수’의 연출자 구태환 인천대 예술공연학부 교수와 이미경 작가가 호흡을 맞춘 역작이다. 연극 ‘말을 버린 사내'는 입을 닫고 무능력하게 살아 온 광부 아버지 영식과 그에게 정이 없던 딸 미옥의 이야기로, 힘들어도 따뜻했던 한 공동체가 국가 권력에 의해 무너져 내린 그 시절을 이미경 작가 특유의 위트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고 이원갑(85, 강원 정선) 씨 등 사북항쟁 관련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와 함께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연극 ‘말을 버린 사내’는 인터파크 티켓과 예스24 티켓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1980년 사북항쟁은 광주 5.18 항쟁이 일어나기 한 달 전 강원도 정선의 탄광촌 사북에서 경찰 공권력과 광부들이 대규모로 충돌한 사건으로, 해방 후 최대 규모의 생존권 투쟁이자 신군부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으면서도 투쟁의 과격성과 지부장 부인에 대한 사적 제재(린치) 사건으로 인해 오랫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당시 농성 광부를 향한 경찰 지프차의 돌진 사실이 새로 조명되고, 사건 이후 잔혹한 집단 고문의 양상이 드러나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국가폭력 사건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편,2022년 강윤호(77, 경기 광주) 씨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사건 관련자 중 4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고, 지난 2021년에는 광부 구정우(70, 전남 화순)씨 등 관련자 12명이 제2기‘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하여 지난 해 6월 조사 개시 결정이 이루어졌으며 현재 피해자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국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