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초빙교수 정창수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초빙교수 정창수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주변 자연환경 보호, 국가 보안상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성 등의 목적으로 서울 주변과 주요 지방 대도시 등에 지정, 관리중이다.

1971년부터 1977년까지 8번에 걸쳐 지정되었는데, 그 전체 규모만 5,397㎢로 전 국토의 5.45%에 달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를 주영대사로부터 듣고 도입했다는 얘기도 전해지지만, 우리나라의 그린벨트가 우리보다 먼저 제도화된 영국과 일본보다도 더 잘 보존되어 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사유재산권의 지나친 제한 등의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던 중, 1998년 12월 24일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을 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는 1997년 IMF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그린벨트 제도개선이 추진된 영향이 크다.

헌재의 결정 이후 정부는 2001년부터 7개 중소도시권의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였고, 그 외 지역은 시화•창원 산업단지 등 주요 국책사업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해제하게 된다.

이로 인해 2023년 말 기준으로 약 3,800㎢의 그린벨트가 남아있으며, 이 중 64%가 비수도권지역에 위치한다. 지목별로 보면 임야가 65%, 농지가 16%를 차지하며, 80% 이상이 개발 불가능한 1~2등급지이다.

그동안 신도시 개발도 지속되어 왔지만, 개발 초기에는 그린벨트 해제가 아주 제한적이었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1989년)는 모두 그린벨트 외곽에 입지하였고, 2기 신도시(2000년대 초)도 판교와 위례를 제외한 대다수(13개)는 그린벨트 이외의 지역에 위치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무주택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행복주택 등의 공급을 위하여 그린벨트 해제가 추진되었고,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발표한 3기 신도시(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부천대장)도 94%가 그린벨트인 지역에 지정되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2.8배에 해당하는데, 53%가 1~2등급지에 해당하며, 이 중 일부는 공원과 녹지로 조성된다고 발표되었다.

최근(2024년 2월) 또다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지역전략산업 추진시에는 해제총량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 것은 물론, 환경평가 1~2등급지도 해제할 수 있게 되었다. 단, 환경가치 보존을 위해 1~2등급지 해제 면적만큼 100% 대체지(신규그린벨트) 지정을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1기 신도시들은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을 시행하여 선도지구 2~3만가구 지정 후 이주대책으로 신도시 내 유휴부지, 인근 공공택지의 공급물량 일부와 그린벨트 해제지역까지 포함해서 이주단지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종합해 보자면, 수도권에는 신도시 개발과 함께 기존 아파트단지 재건축 시 이주대책지로, 비수도권지역에는 지역전략사업을 대상으로 총량규제없이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여느 선진국의 시책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동떨어진 대책으로 보인다. 

20세기 말(1981-2001) 이루어진 영국 런던 템즈강 하구의 도크랜드 개발사업과 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허드슨강 하구의 허드슨야드 개발프로젝트는 지역의 성장동력을 주도할 다양한 첨단, 금융, 문화산업을 융합시키고 주거부족 문제도 함께 관리하는 복합개발의 모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개발대상지가 보호해야 할 그린필드가 아니라 불용된 항만·철도부지 또는 노후화로 오염된 토양을 복원한 지역이며, 사업주체는 정부의 지원 하에 새로이 설립한 공공기업과 민간부문의 대규모 투자유치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각국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탄소 흡수역량을 키워나가는 개발기법을 활용하는데, 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공급원인 그린벨트를 주거단지의 조성과 기존 아파트단지의 재건축 이주단지 조성 및 지역전략사업을 위해 훼손해도 된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시대적으로 뒤처진 정책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갈 길이 먼데, 탄소 흡수를 위해 보존 필요성이 높은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훼손한다면, 도시주변의 환경오염은 물론, 장차 후손들이 써야 할 토지를 지금 세대가 앞당겨 사용하는 것 외에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규범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1기 신도시 등 당시에 대량으로 공급되었던 아파트단지의 신속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규제완화가 또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에는 환경파괴가 반드시 동반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속한 개발을 위한 무리한 규제완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오히려 억제할 뿐만 아니라 현세대는 물론 후세대까지 환경오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특히, 대량의 재건축 규제완화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커다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먼저, 건설폐기물과 생활폐기물 및 하수·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환경 기반시설의 부족 문제이다.

또 하나는 GTX노선 확장으로 마치 해결될 것처럼 포장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교통대책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환경과 교통 문제의 누적은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경쟁력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이미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2차세계대전 직후의 신도시개발이 마무리 된후,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으로 도시의 정체성과 미관을 유지하면서, 오염 및 낙후지역 위주의 개발을 병행시켜온 만큼 신시가지 형태의 대규모 주거단지를 거의 동시에 멸실시키고 다시 대량의 주거지를 건설하는 경우는 보기 드문 사례다.

이런 사업방식을 외국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여러 방면에서 불합리한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토목과 건축기술이 첨단화되어 있는 요즘에 30년 내외밖에 되지 않은 아파트단지를 일시에 부수고 새로이 더 과밀하게 짓는다는 것이 향후에 미칠 파장(전세시장, 건설폐기물, 하수·폐수처리장, 주변교통 등)을 조금이라도 고려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반면에 용적율 상향이 어려워 리모델링이 불가피한 단지들은 재건축 대상단지보다는 세대수가 적고, 리모델링에 대한 기술적 검토에 대한 자신이 없다보니, 정치권과 지방정부에서 관심을 갖기는커녕 논의를 기피할 궁리만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활성화로 관련기술의 개발과 경험축적이 향후 도시개발의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더 과밀하게 건설하는 재건축만이 능사라 여기는 현재의 시스템이 언제까지 반복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당장 쉽게 추진할 수 있는 대증요법은 올바른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도시의 공간을 특정지역의 주민들에게 특권처럼 배분하는 것은,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를 떠나, 도시공간의 적절한 운용과 배분의 중요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을 통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수가 없다면, 향후 30년 후에도 경제성 확보라는 미명하에 더 높은 용적율로 전부 부수고 재건축할 것인가?

비수도권지역에서 신성장산업과 외자유치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 입지선정의 불가피성으로 그린벨트내에 일부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해제 대상의 사업을 보다 구체화하고 해제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일단 해제할 수 있는 범위를 총량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확대해 놓고, 지역전략사업을 임의로 지정한다면, 모든 사업이 지가가 저렴한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우선 고려할 것이며, 이는 그린벨트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멸되어 가는 지방은 저출산과 지역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화 등과 함께 다루어야 할 복합적인 문제인데 단발적인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 소생에 커다란 해법이라도 되는 양 오판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결론적으로,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대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고, 기존의 신도시는 전부 부수고 새로 짓는 현재의 정책방향은 환경보전뿐 아니라, 수도권과밀해소와 지방소멸방지대책 등에 대하여 모두 역행하는 임기응변의 대증요법이다.

과도한 용적율의 대규모 주거단지는 지금도 답답한 서울과 근교의 미관과 도시환경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킬 게 명약관화하다.

또한, 과밀지구의 교통대책은 수립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며, 도심의 홍수를 대비한 하수관거 확충과 쓰레기 매립 및 소각시설, 하·폐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의 건설과 정비 등에 대한 논의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도시의 미관과 환경이 수도 서울과 대한민국의 궁극적인 경쟁력이며, 주택시장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역으로 초과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세계 13위권의 경제규모인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신규 아파트 분양권이 자산증식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관성적인 규제가 시장의 왜곡을 가중시키고 있는 증거이다.

2023년말 기준 인구 1,000명당 주택호수가 430호로 발표되었다. 이는 선진국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으로, 툭하면 거론되는 심각한 주택부족 운운하는 부동산 관련 보도와 관련 전문가라는 분들의 지역별 수요·공급논리에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논리로 수도에 주택을 주간단위 월간단위 주식시장처럼 시장평가를 하며 대책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

또한 그런 대책은 필요없기에 하는 말이다. 여기에 최근 통계청 발표대로 30년 후에는 4,600만 명대의 인구절벽을 맞이한다는 믿기 어려운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수도권의 과밀현상은 지방소멸을 부추기며, 주거비 상승 등 저출산의 크나큰 원인이 됨은 물론, 수도권을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규제완화란 필요한 곳에서 이루어져야지, 모든 분야의 규제는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정책을 마련해서는 곤란하다.

그린벨트 해제가 규제완화를 통한 만병통치 해법의 선봉장이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국토개발의 요체는 개발과 보전의 상호 보완적인 균형을 갖추어야 되며, 그린벨트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할 가치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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