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교육의 선구자, 에스모드 서울 박윤정 이사장 별세

에스모드 서울 고 박윤정 이사장 [사진제공=에스모드]
에스모드 서울 고 박윤정 이사장 [사진제공=에스모드]

(서울=국제뉴스) 김서중 기자 = 에스모드 서울 설립자이자 한국 패션교육의 선구자인 박윤정 이사장이 8월 13일에 별세했다. 향년 92세.

1932년 5월 5일, 서울에서 출생한 박윤정 이사장은 이화여대 가정학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메이어패션학교에서 수학했다. 1966년 수트 전문 브랜드 '미스 박 테일러'를 런칭하여 40여 년간 유명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해 왔다.

박윤정 이사장의 가장 큰 업적은 한국 패션 교육의 국제화와 전문화를 목표로 1989년, 에스모드 서울을 설립한 것이다. "유학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국제적 수준의 패션 인재를 육성한다"는 이념으로 프랑스 패션 명문 교육기관인 에스모드 파리의 한국 분교, 에스모드 서울을 세웠다. 고인의 나이 57세에 도전한 일이다.

에스모드 서울은 한국 패션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의상 디자인과 패턴 디자인을 병행 교육하는 혁신적인 커리큘럼, 전공제 실시, 기업연수제 도입 등을 통해 실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전문 인력을 양성했다.

박윤정 이사장의 이러한 노력은 많은 성과로 이어졌다. 2,300여명의 에스모드 서울 졸업생들은 국내외 패션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패션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특히, 브랜드 준지(JUUN.J)의 정욱준 동문은 에스모드 서울 2기 졸업생으로, 2007년 파리 컬렉션에 진출한 이래 2024년 현재까지 세계무대에서 성공적인 컬렉션을 이어오고 있으며, 작년말 디자이너 출신으로는 예외적으로 삼성물산 부사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박윤정 이사장은 패션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했다. 1993년부터 8년간 섬유산업연합회와 함께 <해외 패턴 전문가 초청 입체 재단 세미나>를 개최하여 국내 패션 업계의 기술력 향상에 기여했으며, 졸업작품 외부 초빙 심사제를 도입하여 교육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개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문화된 교육과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적 토대 위에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프로페셔널 디자이너를 양성한다’는 박윤정 이사장의 목표는 해외에서 에스모드 서울을 더 주목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구체적인 사례로 증명되어 왔다. 세계적인 브랜드 구찌(GUCCI),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가 최근의 예이다.

이사장의 공로는 여러 차례 인정받은 바 있다. 2000년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 훈장(Chevalier de l’Ordre National du Mérite)을 수상했으며, 한국 섬유대상(1997), 정헌섬유대상(2004), 자랑스러운 경기인상(경기여고 동창회 경운회, 2006), 코리아패션대상 국무총리상(2008), 파리시 공로훈장 은장(2011) 등을 수상했다. 또한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디자인패션 전문위원, 한국패션협회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며 패션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에스모드 서울 제자들이 나의 아들, 딸이며, 우리 제자들 옷을 사 입는 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박윤정 이사장은 한국 패션 교육의 선진화와 글로벌화를 이끈 선구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의 비전과 노력은 한국 패션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인재 양성에 크게 기여했으며, 그 유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패션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장례는 ‘에스모드 서울 장’으로 진행된다. 빈소는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발인은 8월 16일  오전 6시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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