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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신진 작가 세계 진출에 가장 좋은 기회의 장"

2024-05-23     유지현 기자
사진/유지현 기자

(베니스=국제뉴스) 유지현 기자 =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관광지 베니스는 지금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의 7개월 대장정이 한창이다.

베니스비엔날레에 1995년 한국관을 개설하고 참가해온 한국은 이번에는 국가관 외에도 한국관 설립 30주년을 맞아 베니스 시내에서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를 대규모로 개최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정병국 위원장을 특별전시 현장에서 만나봤다. 정병국 위원장은 특유의 달변으로 한국관의 역사와 견해를 숨돌릴 틈도 없이 쏟아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9년 전 세계적 아티스트 고 백남준으로 인해 한국관이 문을 열었다. 1993년 백남준이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베니스 시장과의 만찬에서 한국관 설립을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베니스는 이미 완성된 25개의 국가관 이상은 짓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각 국가관이 모여 있는 카스텔로 공원 내에도 여유 공간이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너도나도 국가관을 만들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줄을 선 상황, 백남준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 대한민국이 예술을 매개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득해 대한민국 국가관 설립 허락을 받기에 이르렀다. 

신한국인상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에 온 백남준은 김영삼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관 건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나도 그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예술이 세계 속에 퍼진 씨앗이 뿌려지게 된 전환점이었다. 

사진/유지현 기자

한국관 30주년을 계기로 국가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이지만 30년 동안 세계 유수의 예술 강국들과 나란히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해온 한국미술의 역사를 세계인들에게 알릴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이번 특별전시는 한국미술의 변화과정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국미술의 세계적 인기를 체감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일례로 작년 IFACCA 문회예술세계총회에 참가했는데, 수많은 참가자들이 한국 예술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한국과의 협업제안을 많이 받았다. 작년 프리즈(Frieze) 서울 아트페어 때 한국에 방문한 수많은 세계 미술 관계자들과 지속적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미술분야를 적극적으로 세계 속에 알리고 교류하고자 한다. 그동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 역할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직접 맡지는 않아 왔으나 이제는 직접 운영을 맡음으로써 과거에는 각 회차마다 일관성이 없던 것을 직접 운영하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한국관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총괄하니 해외언론의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관만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관을 중심으로 한국관 밖에서 이뤄지는 한국의 갤러리나 단체 등의 활발한 병행전시도 지원하고 있다. 그런 부분까지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홍보마케팅 함으로써 단순한 커미셔너 역할이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연의 역할을 확장시킬 수가 있다. 특히 신인 작가 발굴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베니스비엔날레 미술 부문 전시가 2년마다 열릴 때마다 한국관의 전시는 과거와 단절됐던 것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에 처음으로 역대 한국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관이 작가들 간의 네트워킹의 계기가 됐고, 원로 작가와 신진 작가 간 교류의 장도 되고 있다.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들의 교류로 신진 작가들의 발전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신진 작가들과 연계성을 가지고 네트워킹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 특히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동안 병행전시 공간을 확보해 신진작가들의 장도 만들어주고자 한다.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때 몰타기사단 수도원을 처음으로 섭외할 수 있었다. 베니스에서 전시를 할 만한 공간은 몇 년 전에 이미 예약이 되기 때문에 공간을 섭외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베니스비엔날레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몰타기사단 수도원을 섭외할 수 있었다. 이번 30주년 특별전은 대규모 전시라 큰 공간이 필요했다. 

한국의 신진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있어서는 베니스비엔날레가 가장 좋은 기회다.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한국관이 국가관 중 가장 협소하나 여러 스토리를 담고 있기에 마지막 국가관으로 건립될 수 있었던 스토리 등이 보다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한국미술의 발전상을 더욱 알리고 싶다. 

이번 30주년 특별전은 한 자리에서 한국관 역사를 보여줄 필요성을 느껴 기획했다. 이제 세계는 하나이고 국가라는 경계를 갖고 작가들을 귀속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한국관 공간도 언젠가는 전 세계 작가들에게 문호를 열고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예술의 진정한 의미라 생각한다. 이미 오래전에 백남준이 독일관 대표작가로 나간 사례가 잘 보여준다. 이제는 한국도 국가관의 문을 전 세계 작가들에게 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